BCG(Boston Consulting Group)는 2025년 초 가자 지구의 구호소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해 구호물자 조달 등에 대한 용역을 제공하고, 강제 이주에 대한 시나리오 테스트와 재정착 비용 모델링을 수행했다. 이들이 개입한 가자의 구호 단체 GHF(Gaza Humanitarian Foundation)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UN의 구호 시스템에 대항하여 설립되었고, 미국 보안 업체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배급소를 경비하는 군사화된 시스템을 띄었다. 원조가 하마스에게 수급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명목을 바탕으로 설립된 GHF 근처에서는 운영되는 동안 4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살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구소, 싱크탱크 따위를 중심으로 중동에 대한 '진실'과 이데올로기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주체가 인종 청소를 위한 과학에 연루되고 있다는 것을 증언한다. 전략 컨설팅 산업의 주체들은 신자유주의 지적 자본의 첨단에 위치한다. 구체적인 레버(lever)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전략을 실행하여 가치를 발현하는 것(Unlocking Values)을 모든 의사결정의 단일한 기준으로 사용하는 이들은 정치적인 것을 손쉽게 탈정치화하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인 의제와는 무관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BCG를 비롯한 다양한 컨설팅사들, 나아가서는 일부 사모 펀드들은 지속가능성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세련되게 발행하기 때문에 일견 진보주의자의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혹은, 이들은 진보주의자의 탈을 쓰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을 수도 있다. (몇몇 사람들은 Washington Post가 프로젝트에서 사용된 장표라며 공개한장표의 질이 너무 떨어지는 나머지, BCG가 모델링을 수행했다는 것에 의구심마저 표한다.) 하지만 BCG는 계획대로였다면 인종 청소 프로젝트 깊숙이 개입해서, 4억 달러가 넘는 자문료를 수취했을 것이다. BCG는 이 사실이 공론화되자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파트더 두 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
본 사건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금융자본주의의 이윤 창출 방식이 새롭게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 사실이 공론화되자 물론 BCG 내부에서 일부 반향이 있었다. 비록 앞으로는 보다 세밀한 리스크 스크리닝을 거쳐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일선 분쟁 지역에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며, 이 사건은 일부 개인의 실수였을 뿐이라며 BCG는 사건을 일축했지만 말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BCG의 고객사는 미국의 보안 정보 용역 업체 Orbis였다. Orbis는 이스라엘의 싱크 탱크인 Tachlith Institute의 수주를 받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고, Orbis는 미국의 방위 기술 섹터 바이아웃 전문 사모펀드 McNally Capital의 소유에 있었다. BCG에게 컨설팅 자문비를 지불하는 주체 역시 McNally Capital이었다.
미국의 사모 자본이 시온주의 이데올로기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각국의 방위 산업자본이 군산복합체를 이루어 전쟁터를 신기술의 실험대로 사용하고, 새로 개발한 무기의 트랙 레코드를 쌓는 일은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전쟁의 물질적 무기를 넘어서, 비물리적으로 공격과 전술에 동원되는 도구, 즉 전략적인 정보(intelligence)를 제공하는 용역 업체들이 미국의 사모 자본 아래에 있다는 점은 새로운 방식으로 군산복합체 내부에서 공모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전쟁의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정보 업체들은 방위산업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한다. 유형 자산으로서 공장을 바탕으로 실체가 있는 무기를 생산해 내는 전통적인 방위 업체들과, 연구를 제공하는 정보 기업이나 정보를 가공하는 AI 기업들은 대규모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전통적 방위 산업에 관해서는 사모 자본이 지분 투자는 가능할지라도 본격적으로 개입할 틈이 적다. 방위 산업에서는 그들이 생산한 무기가 실전에서 얼마나 사용되었는지, 즉 트랙 레코드가 판매와 수주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이어져 온 강호의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자본 집약적인 산업의 특성 상 사모 자본이 전통적인 방위 기업을 인수한 후 가치를 창출해서 되파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략적인 정보를 생산하는 작은 규모의 새로운 용역 업체들은 시장에 등장한지 오래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모 투자 자본의 지원을 받아 성장하는 방법이 가장 유리하고, 유형 자산의 비중이 적은 이들은 궁극적으로 사모 자본 바이아웃 투자의 뛰어난 후보군이 된다.
이 뿐만 아니고, 실제로 BCG의 사회적 임팩트 부서로 현금이 유입되기도 했고, BCG가 처음에 해당 프로젝트를 사회적 임팩트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가자 문제에 대한 ‘혁신적 해결책’과 새로운 방식의 재건이 요청된 시기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BCG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담론에 멀끔한 구원자로서 첨단 인텔리의 역할을 도맡는다. ESG, 지속가능성, 사회적 임팩트 담론을 통해 BCG는 자신들의 ‘업무‘를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전환시키고, 구조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오히려 이를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상징자본으로 축적하고자 시도한다. 만약에 프로젝트가 이들의 입장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아마도 BCG는 이를 사회적 임팩트 창출 활동의 성공적인 사례로서 내걸었을 테다. 사실은 금융자본주의와 정치 이데올로기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혼합되어 시온주의를 지원한 일 뿐인데. 물론 이는 하나의 사례이긴 하지만,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임팩트 담론은 구조적 폭력을 은폐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이를 정당화시키는 이면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이라크의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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